냉장고에 당장 오늘내일하는 숙주, 미나리와 부추가 있어 식당 메뉴도 구린 김에 부침개를 했다. 사실 순서가 뒤집히긴 했는데, 죽어가는 자투리 야채가 있던 이유가 지난주에 부침개를 했기 때문이고 그 부침개도 사진을 찍어둬서 먼저 올렸어야 하는 게 맞지만 오늘의 부침개는 매우 특별하여 부득이 먼저 올렸다.
우선 위의 평범한 부침개는 숙주, 미나리, 부추를 대충 손가락 한두마디 정도 크기로 썰고 양배추와 대파는 얇게 썰어 재료로 썼고 반죽으로는 부침가루와 전분을 야채들이 붙을 정도로만 매우 소량 넣었다. 간은 맛소금 한꼬집. 계란도 하나 넣었고 물은 가루들이 겨우 풀어질 정도로 정말 매우 조금 넣었다. 부칠 때 기름으로는 들향미유를 썼다.
당연히 매우 맛있었고, 사진으로 보기에는 탄 것 같은 부위가 있지만 사진을 찍을 때 화이트밸런스를 잘못 잡아서 그런 것이고 실제로 볼 때는 매우 먹음직스러운 갈색 정도의 상태였다.
주스 또한 냉장고에서 오늘내일하던 토마토에 사카린 몇 조각 넣고 갈아서 만든 것이고 역시 맛있었다.
... 까지 적으려고 이 글을 쓴 것은 당연히 아니고, 건조 밀웜 200g을 사면 정말 무게 대비 부피가 크다. 하여, 밀웜 마라샹궈만으로는 구매량의 5%도 소비하지 못한 고로 다양한 요리에 시도해보려는 참에 부침개 재료가 있어 당연히 여기에도 밀웜을 넣는 시도를 하였고, 의외로 매우 맛있었다. 건새우와 번데기 그 사이의 어딘가의 맛. 재료 특성상 마라샹궈처럼 수분감이 있는 요리보다는 부침개 같은 형태가 훨씬 잘 어울렸고, 아마 튀김에도 매우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이번 시도의 문제라면 반죽에 부침가루가 좀 넉넉히 들어가는 형태의 부침개에 더 잘 섞이지 않을까 싶은데 내가 만든 스타일에는 상당량의 밀웜이 따로 놀았다는 것.
결론은 훌륭한 시도였다.